노인 연금 개혁, 어디까지 왔나 ★ 일한 죄, 함께 산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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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Kind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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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한 죄, 그 벌은 이제 절반쯤 사라졌다

평생 성실히 일해 온 사람에게 “이제 그만 일하라”고 등 떠미는 제도가 있다면, 그것을 좋은 복지라 부를 수 있을까.

그동안 대한민국의 노인 연금 제도는 정확히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부는 한편으로 고령자 일자리를 늘리겠다 외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노인이 실제로 일해서 소득을 얻으면 연금을 깎아버렸다.

논리는 산술적으로 깔끔했다. “소득이 늘었으니 지원을 줄인다.” 그러나 평생 무릎 관절을 써 온 어르신들에게 이 계산식은 조롱처럼 들렸을 법하다. 일 안 하고 가만히 있는 쪽이 오히려 이득이라면, 그 제도는 대체 누구를 위해 설계된 것인가.

그런데 이 오래된 모순에, 최근 조용하지만 분명한 균열이 갔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고, 지난 6월 17일부터 새 기준이 시행됐다.

예전에는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 이른바 ‘A값’을 단 1원이라도 넘기는 순간 가차 없이 감액이 시작됐다. 지금은 다르다. A값에 200만 원을 더한 금액 — 2026년 기준 약 519만 원 — 까지는 단 한 푼도 깎이지 않는다. 근로소득공제까지 반영하면 월급 632만 원을 받는 재취업 어르신도 연금을 고스란히 지킬 수 있게 됐다.

숫자는 이 변화가 결코 작지 않다고 말해준다. 매년 약 10만 명이 더 이상 감액 없이 연금을 받게 될 전망이고, 이미 깎였던 2025년분 연금마저 소급해 돌려받는다. “일하면 손해”라는 어르신들의 오랜 체감이, 적어도 이 구간에서만큼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니게 된 셈이다.

노인연금개혁1

그렇다고 이 사면이 완전한 것은 아니다. 몇 가지 단서가 작은 글씨로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이 관용은 ‘지급 개시 후 최대 5년’이라는 유효기간 안에서만 통한다. 5년이 지나면 소득과 무관하게 전액이 지급되니 언젠가는 풀리는 형기이긴 하다. 문제는 정작 그 형기가 언제 끝나는지, 얼마나 많은 수급자가 정확히 알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월 519만 원이라는 선을 넘는 순간, 시계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 15%에서 25%까지, 구간별 감액이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여전히 열심히 일하는 고소득 재취업자나 자영업 노인에게는 “일할수록 깎인다”는 말이 낡은 유행어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게다가 이 감액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에만 적용된다. 같은 노후자산이라도 이자나 배당, 임대소득으로 벌면 감액을 피해 간다. 땀 흘려 번 돈과 자산이 벌어다 준 돈 사이에, 여전히 다른 잣대가 놓여 있는 셈이다.

그러니 “일하면 벌 받는다”는 오래된 원죄는 절반쯤 사면됐다고 해야 정확하다. 나머지 절반, 즉 5년이라는 시한과 519만 원이라는 상한선, 그리고 소득의 종류를 가르는 잣대는 여전히 다듬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2. 함께 산 죄, 그 벌은 아직 그대로다

그렇다면 나머지 절반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이쪽은 아직 그대로다.

기초연금의 ‘부부감액’이라는 이름의 제도. 평생을 함께 산 부부가 나란히 기초연금을 신청하면, 국가는 각자의 몫에서 20%씩을 덜어낸다. 2026년 기준으로 계산하면 1인당 약 28만 원, 부부 합산 약 56만 원. 혼자 살았다면 받았을 금액보다 확연히 적은 액수다.

그 근거로 제시되는 논리는 익숙하다. “부부가 함께 살면 혼자 사는 두 사람보다 생활비가 덜 든다”는, 이른바 ‘규모의 경제’다.

같이 살았다는 이유로, 결혼해서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함께했다는 이유로, 통장에 찍히는 숫자가 매달 줄어든다. 이 논리 앞에서 노부부는 억울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이 논리는 현실의 지출 구조와 어긋난다. 노년기 지출의 상당 부분은 주거비가 아니라 의료비·간병비다. 나이가 들수록 병원비와 약값은 부부 각자에게 따로, 그것도 기하급수적으로 청구된다. ‘방을 같이 쓰니 돈이 덜 든다’는 계산이 ‘두 사람 몫의 병원비가 동시에 온다’는 현실을 가리지 못한다.

다행히 이 문제도 완전히 방치돼 있지는 않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부부감액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경우 2026~2030년 5년간 연평균 3조3천억 원, 총 16조7천억 원의 재정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보건복지부는 소득 하위 40% 취약 노인 부부부터 우선 개선해 2027년 15%, 2030년 10%로 낮추는 안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보다 빠르게 2026년 10%, 2027년 5%, 2028년 전면 폐지를 담은 개정안을 각각 내놓은 상태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평생을 함께한 부부가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공감대와 법안 통과는 다른 이야기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부부로 살아가는 수급자들은 여전히 20%씩 깎인 연금을 받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혹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 시행 시점이 계속 미뤄지면, 이 논의는 또다시 다음 국회, 다음 정부로 넘어갈 수 있다. 정책 발표와 정책 시행 사이의 간극에서 실제로 손해를 보는 건 지금 이 순간의 수급자들이다.

3. 형량은 줄었지만, 고통은 여전하다

두 죄의 형량이 나란히 줄어드는 줄 알았는데, 실은 하나만 먼저 풀려난 셈이다.

근로소득 감액이 완화된 데는 이유가 있다. ‘고령자 노동참여 촉진’이라는 명분은 재정 당국 입장에서도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일하는 노인이 늘면 세금도 걷히고, 복지 지출도 일부 상쇄된다. 반면 부부감액 폐지는 다르다. 이건 그저 나가는 돈이 느는 일이다. 명분은 옳지만 계산기 앞에서는 늘 뒷순위로 밀린다.

그래서 묻게 된다. 지금 순서대로 풀리고 있는 이 두 제도의 우선순위는, 정말 ‘누구의 삶이 더 절박한가’로 정해진 것일까. 아니면 그저 ‘어느 쪽이 재정에 덜 부담되는가’로 정해진 것일까.

근로소득 감액 완화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그것이 부부감액이라는 남은 숙제를 뒤로 미루는 알리바이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정책은 결국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를 받아 드는 사람의 하루로 완성된다. 일하는 어르신의 통장은 조금 나아졌다. 이제 남은 건, 시장통과 병원 대기실에 앉아 부부라는 이유로 여전히 20% 깎인 통지서를 받아 드는 어르신들의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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