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신청하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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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Kind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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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주의’와 결별하는 복지 정책, 현장의 과제는 남아 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들어 “신청하지 않아도 필요한 복지를 연결한다”는 정책 방향을 내놓았다. 위기가구가 스스로 신청하지 않아도 행정이 먼저 찾아가고, 필요한 경우에는 국가와 지자체가 직권으로 복지급여를 신청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 오랫동안 복지 제도의 기본 원칙으로 자리 잡아 온 ‘신청주의’에 정부가 스스로 손을 대기 시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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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주의는 원래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행정 비용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원칙이었다. 그러나 정보 접근이 어려운 취약계층에게는 오히려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잇따른 위기가구 사망 사건은 이 원칙의 한계를 드러냈고, 정부는 발굴·개입·지원·관리로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하고 복지멤버십 가입자에 대해서는 연 2회 소득·재산 조사를 실시해 수급 가능성을 먼저 안내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보고 있다.

기초연금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7월 30일부터는 기초연금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어르신이라도 이후 소득이나 재산이 줄어 기준을 다시 충족하면, 별도 재신청 없이 행정이 자격을 재확인해 연금을 지급한다. 한 번 탈락하면 서류를 처음부터 다시 제출해야 했던 이전 방식과 비교하면 실질적인 변화다.

위기가구 발굴 방식도 정교해지고 있다. 전기·수도 요금의 3개월 연속 체납만 보던 방식에서 벗어나 사용량 변화 자체를 위기 신호로 포착하고, 위기정보 입수 주기를 두 달에서 한 달로 단축했으며, 불법사금융 피해자나 취약채무자 정보까지 위기정보 범위에 새로 포함하기로 했다.

복지신청주의2

그러나 통계를 들여다보면 갈 길은 아직 멀다.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복지사각지대에서 발굴된 대상자는 142만 3천여 명에 달했지만, 이 가운데 41.6%인 59만여 명은 끝내 어떤 복지서비스도 받지 못한 채 사례가 종결됐다. 찾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지원까지 이어지지 못한 경우가 절반에 가까운 셈이다.

미지원 사유의 절반 이상은 ‘선정 탈락’ 또는 ‘비대상’ 판정이었다. 발굴 기술은 발전했지만, 정작 지원할 수 있는 자원과 선정 기준은 그만큼 넓어지지 못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기초연금 역시 최근 3년 사이 소득·재산 증가를 이유로 수급에서 제외된 인원이 5만 2천 명에서 8만 3천 명으로 60% 가까이 늘었는데, 이는 부동산 가치 상승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괴리가 반복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발굴 시스템과 데이터 연계는 예산 투입과 법 개정만으로도 비교적 빠르게 확충할 수 있지만, 지원 인력과 재정, 현장의 선정 기준은 그보다 훨씬 느리게 움직인다.

읍면동 복지 인력을 단계적으로 늘리고 인공지능 기반 초기 상담을 도입하는 시도도 이런 격차를 메우기 위한 것이지만, 아직은 보완책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있다. 결국 ‘찾아내는 행정’의 속도와 ‘지원하는 행정’의 속도 사이 간극이 지금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신청주의에서 찾아가는 복지로의 전환은 방향 자체로는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다만 발굴된 사람 절반 가까이가 여전히 제도 밖에 머무는 현실은, 복지의 완성이 발굴의 순간이 아니라 지원이 실제로 닿는 순간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찾아가는 복지가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발굴 이후의 지원 체계를 어떻게 두텁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 문제는 이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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