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모병제’는 준비된 대안일까, 시간에 쫓겨 내놓은 처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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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Kind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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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병제1
국방·정책 진단

저출생이 병역자원을 갉아먹는 속도가 정부의 개혁 시계보다 빠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택적 모병제는 준비된 대안일까, 시간에 쫓겨 내놓은 처방일까.

이재명 대통령이 8월 1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꺼낸 화두는 단순했다. 지금과 같은 인력 중심, 보병 중심의 군 구조는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이날 “지속적인 저출생 때문에 현재와 같은 인력 중심의, 보병 중심의 비효율적인 군 구조를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택적 모병제를 도입해 군을 인공지능·드론·로봇 중심의 ‘스마트 정예 강군’으로 전환하는 국방개혁을 서두르라고 지시했다.

8월 1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현장
8월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현장.

발표 이후 일부에서는 이를 “징병제 폐지”로 받아들이는 반응도 나왔지만, 청와대 설명을 보면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방부가 연내 구체적 계획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시행하면서 초기 운영 성과를 지켜본 뒤 수정·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즉 지금의 국민개병제 골격은 그대로 두고, 인공지능·드론·로봇·유무인 복합체계 등 첨단 기술 분야에 한해 4~5년 복무하는 ‘기술집약형 부사관’ 트랙을 넓히는 방식이다. 국방부는 이런 전문 인력을 약 5만 명 규모로 단계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은 이와 함께 군 복무가 좋은 일자리와 교육, 자산 형성으로 이어지도록 제도를 재설계하라고 주문했고, 초급간부 처우 개선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병역 가용자원 감소 추이 전망 (단위: 명)
육사 교수진 연구(2023) 기준 추산치. 병역 가용자원은 만 20세 남성 인구에 현역 판정률을 적용한 수치.

취지가 그럴듯해 보여도, 숫자를 보면 여유가 많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병역 가용자원, 즉 실제로 군에 갈 수 있는 20세 남성 인구는 2023년 25만 3천여 명에서 2030년 19만 명대, 2040년에는 16만 명대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징병제를 지금 방식대로 유지하기 위한 최소 병력을 19만 명대 초반으로 잡을 경우, 2030년부터 이미 부족 현상이 시작되고 2036년 이후로는 18만 명대까지 떨어져 징병제 자체를 지속하기 어려워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비병력 규모 역시 손을 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방개혁법은 2020년까지 50만 명 수준을 목표로 삼았지만 목표 연도는 2022년, 다시 2030년으로 두 차례 미뤄졌고, 한 연구기관은 2040년 이후에는 상비병력이 30만 명대까지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병력 감축을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군축’으로 비칠까 우려해 결정을 미뤄온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병역판정검사 대기 중인 청년들
신체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병역판정검사 대상 청년들.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속도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방부의 세부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몇 명을 어떤 분야에서 모집할지, 지원 자격과 복무기간, 급여 수준, 징집병 복무기간 단축 여부, 기존 부사관·군무원 제도와의 관계, 여성 지원 범위까지 확정된 것이 없다. 대통령이 대선 국면에서 언급했던 병력 규모나 복무기간이 다시 회자되고 있지만, 이를 이번 발표의 확정안으로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기술집약형 부사관이라는 직업이 매력적이려면 보수와 복지, 전역 후 진로가 일반 사병보다 뚜렷하게 나아야 하는데, 이 부분의 재원과 설계는 국방부가 연내 발표할 계획에 담겨야 할 몫으로 남아 있다. 준비가 늦어질수록 2027년이라는 시행 시점과 현장의 준비 속도 사이에 틈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인생은 투자다. 군에서의 시간이 헛되지 않아야 한다.”

대통령이 강조한 이 문장은 이번 개혁의 방향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병력을 채우는 문제를 넘어, 군 복무가 청년의 인생 계획에서 손해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지향과 현실 사이에는 아직 채워야 할 빈틈이 많다. 기술집약형 부사관이 진짜 전문직으로 자리잡으려면 민간 자격증이나 취업 시장과 연결되는 구체적인 통로가 필요하고, 일반 사병으로 복무하는 대다수 청년들과의 처우 격차를 어떻게 설명할지도 풀어야 할 과제다. 여성 지원 범위나 병과별 적용 순서처럼 사회적으로 민감한 쟁점들도 이제부터 논의될 단계다.

첨단 장비 운용 개념 이미지
첨단 장비를 운용하는 미래형 군 병사의 개념 이미지.

결국 선택적 모병제는 병력이 부족해서 떠올린 궁여지책이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라는 이미 정해진 미래에 대한 대응으로 읽힌다. 다만 방향이 정해졌다고 해서 실행이 저절로 따라오지는 않는다. 국방부가 연내 내놓을 세부안에 지원자를 실제로 끌어들일 만한 처우와 경력 설계가 얼마나 구체적으로 담기는지, 그리고 이 제도가 결국 징병제의 틀 자체를 얼마나 바꾸게 될지는 아직 열려 있는 질문이다. 이 문제는 이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참고자료
  1. “李대통령 ‘선택적 모병제로 스마트 강군 전환해야'”, 헤럴드경제, 2026.08.13
  2. “李대통령, ‘선택적 모병제’ 논의…청와대 ‘내년부터 제도 시행'”, 뉴스핌, 2026.08.13
  3. “李대통령 ‘선택적 모병제 도입해 스마트 강군으로’…연내 발표 예정”, 머니투데이, 2026.08.13
  4. “2030년부터 병력 부족…’무기 보강 포함땐 100조도 모자라'”, 서울경제, 2023.06.05 (김현호·강원석 육군사관학교 교수 연구 인용)
  5. “사회변화에 따른 병역제도 운용방안(제언)”, 국가전략포털, 국회입법조사처
  6. “[생생확대경] 軍 병력 50만 명…왜 여전히 그 숫자인가”, 202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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