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8월 6일 발표한 6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6월 경상수지는 497억 3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5월(386억 1천만 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다. 상반기 누적 흑자는 1910억 1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배 수준이자 지난 한 해 전체 흑자(1230억 5천만 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같은 달 상품수출은 1123억 7천만 달러로 처음으로 월간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전년 동월 대비 84.5% 증가한 수치다.
여기까지는 과장 없는 사실이다.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무리한 수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문제는 이 숫자 하나로 “한국 경제가 좋아졌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다.
경상수지가 커지는 구조를 뜯어보면 이 흑자의 성격이 드러난다. 6월 상품수지 흑자(478억 9천만 달러)가 경상수지 확대를 견인했는데, 품목별 수출 증가율을 보면 고성능 저장장치(SSD) 282.7%, 반도체 196.9%, 무선통신기기 60.6% 순이었다. 반도체와 IT 품목이 수출 증가의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다만 한은 실무자는 “반도체의 수출 증가 폭이 워낙 커 비IT 품목의 성장세가 가려지는 측면이 있지만, 비IT 품목의 흐름도 나쁘지 않다”며 철강 등 일부 품목의 선전도 함께 언급했다. 반도체 편중이 두드러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비IT 수출 전체가 부진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호황이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5월 취업자 수는 2912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 명 감소했다.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은 2024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 취업자는 14만 명 줄어 2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고, 감소 폭은 2019년 2월 이후 최대 수준이었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25만 5천 명 줄어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 1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찍는 동안, 전체 제조업 고용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보니 수출 호조가 고용 개선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도 이 간극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한은은 7월 16일 발표한 ‘2026년 7월 경제상황 평가’에서 반도체 등 IT 수출이 성장과 경상수지 호조를 이끄는 반면, 비IT 업종과 중소기업은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최근 발간한 BOK 이슈노트에서는 반도체 호황의 수혜가 IT 산업과 일부 기업·계층에 집중되면서 생산요소와 정책자원이 반도체 분야로 쏠릴 경우, 다른 핵심 산업의 성장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는 이른바 ‘네덜란드병’ 우려까지 제기했다. 특정 산업의 초호황이 오히려 경제 전반의 균형을 해칠 수 있다는 경고다.
또 하나의 이상 신호는 환율이다. 통상 경상수지 흑자가 커지면 달러 공급이 늘어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최근 흐름은 정반대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2분기 주간거래 종가 평균 1500.1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1596.8원) 이후 28년 3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행은 이 괴리의 배경으로 금융계정을 통한 자본 유출 확대를 지목했다. 국내 기업과 개인의 해외투자가 늘면서 벌어들인 외화가 국내로 곧바로 환류되지 않고, 동시에 국내 증시 상승에 따른 외국인의 차익실현 매도(5월 기준 역대 최대 순유출)가 겹치면서 ‘경상흑자=원화 강세’라는 과거의 공식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는 진단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해외 투자은행(IB)들의 시선은 오히려 낙관적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8월 초 기준 해외 IB 8곳의 올해 한국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3.2%로, 4개월 연속 상향됐다. JP모건은 3.8%, 씨티는 3.7%까지 전망치를 올렸다. 이는 한국은행의 기존 전망치(2.6%)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2분기 실질 GDP가 한은 전망(0.2%)의 세 배인 0.6% 성장한 데 따른 것이다. 반도체 호황이 만들어낸 성장 동력을 시장이 실제로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지금의 상황은 숫자가 거짓이라는 뜻이 아니다. 경상수지도, 수출도, 성장률 전망도 모두 사실이다. 다만 그 숫자가 가리키는 방향과 현장의 체감 사이에는 반도체 편중, 고용과 수출의 탈동조화, 흑자와 환율의 역행이라는 세 겹의 구조적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걷어내지 않고 총량 지표만 본다면, 좋은 성적표 뒤에서 벌어지는 다른 현실을 놓치게 된다. 하반기 한국은행의 수정 경제전망과 고용 회복 여부, 환율 흐름이 이 착시의 실체를 가늠할 다음 관전 포인트다.
이 문제는 이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 「6월 경상수지 497억달러로 두 달 연속 역대 최대」, 전자신문, 2026.8.6
- 「6월 경상수지 497억달러 흑자…두달 연속 ‘역대 1위’ 경신」, 헤럴드경제, 2026.8.6
- 「반도체 고점론 비웃는 ‘역대급 경상수지’…해외IB “韓 성장 전망치 3.2%”」, 헤럴드경제, 2026.8.6
- 「한은의 경고 “반도체 ‘유례없는 흑자’인데 고용은 뒷걸음”」, 뉴스핌, 2026.7.16
- 「반도체 호황의 두 얼굴…한국은행, ‘한국판 네덜란드병’ 경고」, 한국경영자신문, 2026.7월경
- 「경상흑자 쌓여도 환율 안 떨어진다…달라진 외환시장 공식」, 아주경제, 2026.6.28
- 「해외 IB, 한국 성장률 전망 3.2%로 상향…4개월 연속 우상향」, 뉴스후플러스, 2026.8.6
- 「5월 취업자 4만명 감소…1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 전환」, 이비엔뉴스센터, 2026.6.12
